책 소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누비며 세상을 담았던 사진기자 19명의 사진과 삶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그들은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사진기자라는 직업으로 활동하며, 한 시대를 기록하고 포토저널리즘을 발전시켰다.
사진기자들은 4·19 학생의거, 5·16 군사혁명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역사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고 사건의 현장에서부터 기획취재까지 늘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진을 선보였다. 카메라로 불의에 저항하고, 사라져 가는 사회적 단면을 따뜻한 시선과 냉정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이제는 여든이 넘은 그들을 사진기자 후배들이 만나 당시 시대상과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따스한 조언과 같다. (사)한국보도사진가협회는 언론사 사진기자 출신들이 모여 사진을 통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는 포토저널리스트 클럽이다.
이 책에는 현장에 뛰어들어 불굴의 투지로 사진 취재에 임했던 당시의 회고를 담았으며, 19명 사진기자들의 사진 철학과 인생 이야기도 들어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사진기자들의 인생 대표작을 포함한 생생한 100여 컷의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PJC 포토저널리스트클럽 채널)로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한 장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며 인간의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때로는 긴 글보다 사진 한 장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사진첩을 보고, 실상을 접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고했을 정도이다.
지난 30여 년간 격동했던 한국 현대사의 목격자였던 19명의 거장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흥미 있고, 의미가 깊다. 이 책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순간, 이한열 열사의 마지막 장면,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현장,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 필사의 탈출,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킬리안 사진, 서울대 이동수 학생의 분신 사진, 도시와 자연의 변화,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경기의 짧은 순간, 너무나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자연 등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담아낸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들이 현대사에 남긴 역사 기록의 발자취를 온전히 따라갈 수 있다.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한국 포토저널리즘 발전의 최전방에 서 있던 기자 19인의 삶을 담아냈다. 후배 사진기자들에게 털어놓은 19명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사진과 함께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개인의 삶과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머리맡에 카메라를 놓아두고 잠을 자고, 죽을 때까지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겠다는 원로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빛난다. 현장의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메시지와 사진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애정 어린 조언이 가득하다.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아시아 하이웨이 시리즈에 애착이 많았죠. 저 벽 액자에 걸려있는 ‘아프가니스탄 시바르 고개를 넘는 쿠치 유목민족의 낙타행렬’ 사진을 제가 가장 좋아합니다. 실크로드 시리즈의 상징적인 사진이지요, 시바르 고개는 실크로드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오가는 유목민들의 통로예요. 처음 도착하니 인적 하나 없는 황량한 고개였어요. 저는 이곳에서 무작정 3시간을 기다렸죠. 하늘이 도왔는지, 흙먼지를 일으키며 60여 명의 낙타행렬이 보이는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로버트 카파처럼 손이 떨리더군요. 그때의 흥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p.16)
4·19 당시 지금은 없어진 전매청 앞인 것 같아요. 서울대 문리대생들이 나오는데 당시 신문사 차량은 짐칸을 중간중간 쇠 파이프로 뼈대를 만들고 천막 천으로 씌워놓은 지프 차라서 쇠기둥을 잘 밟고 있어야 안전해요. 그렇게 몇몇 신문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별안간에 경찰들이 진압 작전을 시작한 거예요. 누군가가 신호를 했는지 그냥 막 무자비하게 학생들을 때리고 진압을 한 거예요. 학생들은 도망가려고 피했고 아수라장이 되면서 취재 차들이 급하게 빠지면서 움직이는데 다행히 우리 차가 늦게 빠지는 바람에 이 사진을 찍게 된 거지요. 차가 급하게 움직이면서 나도 아래로 떨어졌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p.32)
태평로 쪽에서는 불꽃은 보이지 않았고 치솟는 연기는 엄청났다. 현장에 도착해 현관 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순간 호텔에서 추락사한 여성을 목격, 연기에 휩싸인 호텔 창문에서 두 사람이 침대 매트를 가지고 뛰어 내리려는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게 된다. 마감 시간에 맞추기 위해 필름을 빼서 운전 기사에게 급히 사진부에 전달해 달라고 하면서 날씨가 흐렸고 연기가 많은 현장에서 빠른 셔터 스피드로 촬영했기에 PUSH 현상을 요청했다. 이 사진은 1972년 한국보도사진전 특상, 시그마텔타카이, 네덜란드 보도사진전, 캘리포니아대학교 미디어상 등을 수상하게 되며 사진기자 김동준의 대표 사진이 된다. (p.85)
“지나고 보니 그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난 내가 한 행동을 자랑스럽게 여겨요. 그 이후에 줄곧 언론과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에 항거했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는 사진 취재를 하면서 늘 행복했고, 즐거운 마음으로 최고의 사진을 담으려고 부지런히 달렸어요. 내 특종 사진들은 한결같이 운이 아닌, 전적으로 나의 땀방울이 담긴 발로 뛴 사진들이지….” (p.108)
가장 제주다운 것, 조상들이 남긴 귀중한 유산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포구였다. 포구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도 찍게 되었다. 그렇게 포구를 찍다가 해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해녀들의 활동하는 모습과 생활환경을 기록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 해녀들을 찍다가 보니 그들의 복장이 변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추우니까 무명으로 만든 복장에서 검은 스타킹 헌 것들을 겹겹이 입고 다니는 것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기에 너저분하게 보여서 사진을 찍다 중단했다. 한참 후에 그런 모습을 다시 찍으려고 갔더니 고무 옷으로 모두 바뀐 다음이었다. 변화의 순간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사진으로 기록할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p.184)
목차
0.001초의 승부사_ 김종옥
카메라로 쓴 인생, 충북의 기억을 담다_ 김운기
순수한 사진 신사_ 이의택
변칙 없는 원칙주의자_ 송호창
감성이 담긴 필름사진의 최고봉_ 유재력
한국 민주화에 쏘아 올린 공_ 정태원
80대 중반의 현장 기자_ 임희순
믿고 기다려주는 가슴 따뜻한 선배_ 김동준
컨셉과 기획의 최장수 데스크_ 송영학
특종을 낚는 미스터 스쿠프_ 윤석봉
셔터 속에 담긴 그날의 기록_ 황종건
평생 공부하는 사진가_ 이봉섭
특종 전문, 영원한 현장기자_ 권주훈
타고난 사진기자, 현장 승부사_ 이창성
역경을 기회로 극복_ 조명동
테마가 있는 사진가_ 전민조
한라산 숫노루_ 서재철
카메라로 불의에 저항하다_ 나경택
잡지 황금기의 증인, 출판 사진의 선구자_ 김문권
인터뷰어 소개
저자소개
(사)한국보도사진가협회
언론사 사진기자 출신들이 모여 사진을 통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는 포토저널리스트 클럽이다. 본 협회의 뿌리는 1960년대 신문사와 통신사 위주의 한국사진기자단에서 시작해 한국사진기자회를 거친 현재의 (사)한국사진기자협회이며, 사진기자단 탄생 이래 지금까지 60여 년간 한국보도사진전, 보도사진연감을 발행해 왔다. 현재 전국 5백여 명의 사진기자들이 신문, 통신, 출판, 스포츠, 온라인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찰나의 승부사 명단 19인
김종옥 (전 경향신문)
김운기 (전 충청일보)
이의택 (전 동아일보)
송호창 (전 동아일보)
유재력 (전 동아일보, 주부생활)
정태원 (전 UPI, 로이터)
임희순 (전 조선일보, AFP, 한겨레, 문화일보)
김동준 (전 서울신문)
송영학 (전 중앙일보)
윤석봉 (전 동아일보, 로이터)
황종건 (전 동아일보)
이봉섭 (전 경향신문, 문화일보)
권주훈 (전 한국일보, 뉴시스)
이창성 (전 중앙일보)
조명동 (전 경향신문)
전민조 (전 한국일보, 동아일보)
서재철 (전 제주신문, 제민일보)
나경택 (전 전남매일, 연합통신)
김문권 (전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