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로 배달된 신간 중 가장 많은 주제가 먹는 것에 관한 이야기 아닌가 싶습니다. 인문학적으로 풀어간 음식 이야기도 있고, 요리와 식재료, 엄마와의 추억을 음식으로 풀어간 책까지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조반은 드셨수'란 시집은 제목에 눈길이 가서 집어들었습니다. 방송이 온통 먹는 얘기로 채워지는 시대라 이젠 시(詩)도 그렇구나 싶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내연의 MSG'란 시는 '나를 시렁에 감춰 두고 너는 산다'로 시작합니다. '함께 하면 안좋다는 풍문에 은근슬쩍/숨어 살게 된 내연이 되었다'에선 웃음이 터집니다. '육개장'이란 시는 이렇게 끝납니다. '어제는 문상 가서 속풀이 육개장 두 그릇/피할 수 없는 죽음의 슬픔에 평안함을 준다'. 시에 담긴 음식에 관한 내공이 대단합니다. 궁중 음식의 대가인 고 황혜성씨의 딸로 역시 궁중 음식 전문가인 한복선씨의 시집이니까요.

때론 먹는 것보다 먹는 얘기를 읽는 게 더 좋습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화려한 요리책이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읽는 책으로 인기라는 게 화제였는데 딱 제 얘기였습니다. 요즘도 야근 끝나고 집에 가서 한밤중에 재방송 요리 프로그램을 멍하게 보고 있으면 긴장이 풀립니다.

뭘 먹는지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최근 어떤 모임에서 '편식'을 주제로 얘기한 일이 있습니다. 뭘 안 먹는지, 뭘 안 좋아하는지 이야기하다 보니 그 사람이 어떤 환경서 자랐는지, 어떤 성격인지 대충 알 것 같았습니다. 식욕은 의욕과 비례하더군요. 잘 먹는 사람이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처음 보는 음식도 잘 먹는 사람들이 모험심이 더 강한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체질인 거지요. 이번 주말, 새로운 먹거리에 한번 도전해보시지요. 그것도 모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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